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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립 글래스와 영화 트루먼 쇼 – 미니멀리즘 음악이 만든 감정의 틀

by 양팽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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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개봉한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다룬 영화로, 철학적 메시지와 감정적 서사가 동시에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저도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참 신기하기도 하고 혹시 내가 사는 세상도 트루먼이 사는 세상과 같진 않을까 무서워하기도 했었는데요. 사실 이 영화에서 주목해 볼만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음악입니다. 감정을 과하게 이끌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내면에 깊은 파장을 남기는 이 음악은, 바로 필립 글래스(Philip Glass)의 손끝에서 나왔습니다.

글래스는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작곡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는데요. 그의 미니멀리즘 음악은 트루먼이 살아가는 인공 세계의 ‘반복되는 일상’과 놀라울 정도로 잘 어울립니다.

트루먼 쇼 속 미니멀리즘 – 반복과 일상의 감각

필립 글래스의 영화음악은 전에 소개했던 존 윌리엄스의 영화음악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기존의 클래식 음악과 같은 사운드를 구사했다면, 필립 글래스의 음악은 짧은 음형의 반복을 중심으로 현대음악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현대의 베토벤 존 윌리엄스 (클래식, 영화음악, 교향악)

여러분은 영화음악의 대가라고 하면 누가 생각나시나요? 한스 짐머? 엔니오 모리코네? 존 윌리엄스는 들어보셨나요?존 윌리엄스(John Williams)는 단순한 영화 음악가가 아니라, 현대 대중음악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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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음악적 형태는 영화 속 트루먼이 매일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장면과 잘 어우러지면서 단순한 삶을 더 강조하는 것을 도와주는데요. 그의 음악은 마치 현실 세계를 ‘패턴화 된 구조’로 바라보게 만드는 듯한 효과를 줍니다. 제가 트루먼 쇼 OST를 들어보면 이런 형태를 보여주는 곡들을 살펴봤는데요. 아래와 같습니다.  

  • Dreaming of Fiji
  • Anthem - Part 2 (from Powaqqatsi)
  • The Beginning (from Anima Mundi)
  • Truman Sleeps
  • Raising the Sail
  • Opening (from Mishima) 

특히 Truman Sleeps와 같은 곡은 단순한 피아노 패턴의 반복으로 시작되어, 천천히 감정을 쌓아가며 트루먼이 자신의 삶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장면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이는 과장된 드라마틱 사운드가 아니라, 감정을 눌러 담은 잔잔한 미니멀리즘이 갖는 힘이 아닐까요?

이러한 반복은 단조롭다는 느낌을 넘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트루먼의 감정을 내면화하게 하는 구조로 작용합니다. 그의 음악은 극적인 서사 구조를 따르기보다는, 관객의 마음속에 서서히 파장을 퍼뜨리는 파형처럼 움직입니다.

현실과 허구를 잇는 사운드 브리지

《트루먼 쇼》는 극 중 쇼의 제작자 크리스토프가 음악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장면이 직접 등장합니다. 이는 곧 음악이 극 중 현실을 구성하는 도구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 속에서 실제로 등장하는 배경 음악 중 일부는 필립 글래스 본인의 손으로 직접 연주되며, 그가 카메오로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스튜디오 내부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며, 감정 조작의 도구로써의 음악을 직접 다루는 ‘신의 손’ 같은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연출은 단순한 음악 제공을 넘어, 음악이 영화의 철학과 직결되는 핵심 매개체임을 드러냅니다. 글래스의 미니멀리즘은 트루먼이라는 캐릭터가 ‘패턴화 된 세계’를 깨닫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철학적 공감각과 정서적 입체감을 동시에 만들어냅니다.

필립 글래스의 음악이 전하는 감정의 깊이

《트루먼 쇼》는 전체적으로 코미디와 드라마, 철학이 혼합된 장르입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장르 안에서 음악은 분위기를 흐트러뜨리기 쉬운 요소지만, 글래스의 음악은 오히려 그 모든 요소를 정제하고 정돈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의 음악은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습니다. 대신 무심한 듯 반복되는 패턴 속에 내재된 슬픔과 희망, 공허함을 전달합니다. 이는 미니멀리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감정을 과잉하지 않고도 심화시키는 방식입니다.

마지막 바다를 넘는 장면에서 흐르는 글래스의 음악은 트루먼의 감정과 관객의 감정을 하나로 연결시키며,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를 담담하게 밀어 올립니다. 그는 극적인 것이 아닌 정서적 반복으로 절정을 만들어냅니다.

미니멀리즘, 인간성과 감정을 건드리다

필립 글래스의 음악은 《트루먼 쇼》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서, 삶의 반복성, 인간의 감정, 자유에 대한 갈망을 미니멀한 음형으로 전달하는 방식은 영화의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듭니다. 트루먼이 떠나는 순간, 음악은 더 이상 인공적 통제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진짜 감정의 소리로 들립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필립 글래스가 단지 ‘미니멀리즘의 대가’가 아닌, 현대 영화음악이 가진 철학적 깊이의 상징임을 깨닫게 됩니다. 글을 쓰고 나니 저도 글래스의 음악을 더 중점으로 들으면서 영화가 어떤 철학적 가치를 표현하는지 한번 더 보고 싶네요. 여러분도 이 글을 읽고 영화를 봐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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